‘냉장고를 부탁해’에서 배울 수 있는 아름다운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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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를 부탁해’에서 배울 수 있는 아름다운 경쟁

 

바야흐로 쿡방의 시대이다. 말은 이렇지만, 엄밀히 따지고 들어가 보면 음식이라는 주제는 예전부터 꾸준히 나오는 단골 주제다. ‘테이스티 로드’, ‘식신 로드등 케이블은 물론, ‘찾아라 맛있는 TV’와 같은 공중파 방송에도 요리라는 주제는 많이 사용되었다. 하지만 예전의 쿡방이 맛있고 유명한 요리를 따라하거나 찾아가서 맛보는 형식이 대부분 이었다면, 최근에는 일반인도 쉽게 음식을 만들게 하거나 음식으로 경연을 하는 프로 등 여러가지 포맷의 쿡방들이 존재한다. 이 여러가지 쿡방들 중에서 냉장고를 부탁해’(이하 냉부)는 우리 사회 그리고 요리계에 미치는 영향은 독보적이다.

 

우선 냉부는 주방에서 묵묵하게 일하던 요리사라는 직업을 셰프라는 이름으로 부르게 하고 손님의 앞으로 나올 수 있게 직업을 고급화 시켰다. 고급화 시켰을 뿐 만 아니라, 이제는 노쇼와 같은 손님들의 무례함을 지적할 수 있을 정도로 한때이었던 셰프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지위까지 올려주었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백종원 셰프와 더불어 요리하는 남자가 멋있다 라는 사회 통념을 만들어 남성들의 요리학원 등록률을 높혔다. 또한 방송계에서는 냉부의 사회자를 비롯한 모든 출연자의 몸값을 높여서 많은 프로그램과 광고에 출현하게 한 프로그램이다. 그렇다면, 냉부는 왜 다른 쿡방 프로그램보다 더 각광 받고, 더 큰 파급력을 가졌을까? 사실 요리로 경쟁하는 것은 그다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일례로, ‘한식 대첩이나, ‘마스터 쉐프 코리아도 냉부보다 먼저 방영한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그중 하나인 한식대첩의 세번째 시즌인 한식 대첩3는 백종원 셰프와 냉부의 최현석 셰프 그리고 사회자로 김성주 아나운서가 투입되었음에도 시청률이나, 파급효과가 냉부와는 비교가 안된다. 왜 이런 차이가 나오는 걸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필자는 그 이유를 한식 대첩이나 마스터 셰프 코리아와 같은 다른 쿡방에 나오는 경쟁과 냉부에 나오는 경쟁의 차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동물의 세계가 그러하듯이 인간 세계에서도 물론 경쟁은 필수이다. 하지만 현대의 경쟁은 점점 동물 세계의 경쟁과 닮아 가고 있다. 살아남기 위해, 서로 헐뜯고 깔아뭉개면서 자신만의 안위, 생존을 위해 살아가고 있다. 인간의 장점인 협동과, 협력은 등한시 되어 간다. ‘한식 대첩등 다른 쿡방 오디션 프로의 경쟁은 바로 이런 우리 사회의 경쟁과 비슷하다. 다른 팀을 눌러야 올라갈 수 있다. 자신이 속한 팀이 아니면, 다른 출연자들은 이다. 그래서 가끔은 출연자들의 인터뷰를 보면 무섭기 까지 하다. 겉으로는 생글생글 웃으면서 상대하지만, 개별 인터뷰에서는 상대편에 대해 험담을 하는 참가자도 있기 때문이다. (그 표현이 자의든 제작진의 의도이든 말이다) 이러한 경쟁은 원래의 목적을 잃게 하기도 한다. 사실 요리의 목적은 요리를 먹는 사람에게 좋은 음식을 대접하는 것이다. 자신의 만족이나 안위를 위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경쟁이라는 것에 가려 위에 열거한 쿡방 요리 프로는 원래의 목적인 누군가를 대접하기 위한 요리가 아니라 일등을 차지하는 도구로써 요리를 사용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에 냉부에서의 경쟁은 어떠한가? 다승이 있지만, 그렇다고 언제나 승자가 아니다. 서로의 요리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진다고 해도 분해 하기보다는 깨끗이 웃으면서 인정한다. 유니셰프라는 방식으로 경쟁에 참여하지 않지만, 외부 셰프들이 요리를 도와주기도 하는 협동도 보여준다. 이름하여 아름다운 경쟁이다. 특히 냉부의 경쟁이 더욱 빛을 발하는 것은 경쟁의 목적이 즉, 요리하는 목적이 누군가에게 대접하는 것이라는 것도 잊지 않는 것 때문이다. 그것은 심사방식만으로도 알 수 있다. 위에 열거한 다른 쿡방 경쟁 프로그램은 심사위원들의 화려한 언변과 지식으로, 왜 이것이 잘된 음식이고, 맛있는 음식인지를 판단하고 이를 평가한다. 객관적인 평가를 기본으로 한다. 하지만 냉부의 심사의원인 게스트, 다른 말로 요리 주인의 기준은 제 각각이다. 자신의 마음에 들면 그만 인 것이다. 단순히 맛있다는 것이 요리의 심사평이 되는 것이 많으며 이것은 다분히 주관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에게 맛있는 것이 아닐 수 있지만, 요리의 주인에게 맛있는 것이라면, 그것이 좋은 요리로 평가 받는다.  

 

이러한 냉부의 특징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우리는 경쟁이라는 이름아래 자신이 하는 행동의 목적을 잊으면서 사는 것이 아닐까? 모든 일에는 목적이 있다. 그 목적을 잊지 않고 같이 협동하는 선의의 경쟁이 냉부에서 보여준, 그리고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아름다운 경쟁 아닐까?